간송 선생은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연달아 소중한 가족들을 잃는 비극적인 일을 경험해. 허망한 이에게 남겨진 막대한 유산을 두고 세속적인 즐거움과 부를 소비하는 일에 흔들리지 않았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유산 사용에 있어 조금의 타협 없이 오롯이 문화재 소장을 위해 일생을 바친 진정한 선비의 면모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 우리 모두 한 번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뭐부터 할지 생각해 본 적 있을 테니 말야.

 전시 소개보다 간송 선생에 대해 깊이 소개해 봤는데, 개인적으로 자료 조사 하며 느낀 건 '간송 전형필'이 맨 앞에서 언급했던 순국선열만큼, 더 널리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거였어. 문화 보국 활동이 없었다면, 우리는 세계 최초로 문자 창제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더불어, 민족의 고유한 얼, 영혼, 그런 게 아닌 서화 자체만으로도 여백과 세밀함의 조화가 아름다워서 감동적인 그림들이라 자랑스럽기도 했어. 전시를 가지 않아도 좋아, 이번 레터를 통해 간송 전형필 선생을 알게 된 연이가 있다면 그것으로 이 레터는 그 역할을 다 한거야. 내가 영화 <동주>를 본 후에야 윤동주와 송몽규를 떠올린 것 처럼, 연이들도 레터어리를 읽고 간송 선생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