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를 꿈꾸기엔 벌이가 초라한 우리, 정의를 외치기엔 당장 살길이 급급한 우리. 대단하지 않은 소시민인 우리가 마지막까지 쥐고 살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오늘 소개할 영화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야. 인생사의 아이러니를 역설하는 이 영화는 개봉한 지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불편한 상황’들에 관해서 말이지.

 반면 산드라의 마음에 따뜻한 불씨를 지피는 사람들도 있어. 반대표를 던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며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사람, 힘든 이웃을 돕는 일이 하늘의 뜻이라며 선의를 베푸는 사람, 가족의 반대를 물리치고 산드라를 지지하는 사람까지.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산드라의 곁을 지키며 그를 응원하는 남편이 있어. 지친 산드라가 안락한 집과 침대로 자꾸만 돌아가려고 해도, 끝까지 그를 붙잡고 ‘한 사람만 더 만나자. 거의 다 왔어. 일을 하면 눈물도 멈출 거야’라고 다독이는 든든한 아군으로서 말이지.

 재투표 결과는 8:8로 산드라의 복직은 좌절돼. 하지만 절반의 직원을 설득한 점을 높이 산 사장이 산드라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네지. 계약직 직원을 2개월 후에 재계약하지 않는 조건으로 산드라를 복직시키겠다고 말이야. 그 계약직 직원은 산드라의 복직에 한 표를 던진 사람이었어. 산드라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돈이 필요해서 타인을 내치는 것도,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간청하는 것도 소시민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곤란한 상황이야. 실제로 살다 보면 이런 일이 많이 생겨. 과제나 업무같이 사소하게 신세 져야 하는 상황이면 그나마 다행이지. 산드라가 처한 위기처럼 일방적인 배려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거든.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운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설 때도 있어. 그럴 때 우리가 최후까지 지켜야 할 원칙은 바로 하나,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기’야.

 김러브의 지난 레터 <죽지 않는 영혼을 위하여>에 이런 말이 나와.

 ‘반짝임’의 감각을 찾기란 어렵지 않아. 그건 불편한 순간에 느껴지는 물리적 통증이거든. 명치 부근이 찌릿하거나, 가슴 언저리가 무지근하게 저리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눈물이 핑 돌며 미간이 혼탁해지는 고통은 우리의 영혼이 살아있음을 증명해. 산드라가 동료에게 거절당하며 내쉬었던 가쁜 호흡도, 가족과 친구의 격려 속에서 겪었던 짧은 고양감도  불편한 상황으로 자신을 던졌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감각이야. 반대표를 던진 동료 중에서도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은 사람보다 산드라를 직접 대면하고 간곡히 거절한 사람이 훨씬 마음이 아팠겠지.

 우리가 아픈 이유는 우리 안의 무언가가 빛과 열을 내며 타오르기 때문이야. 눈부신 양심과 뜨거운 연민으로 인해 스스로 갈등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연이 네가 그 통증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해. 선택이 어떤 모양이든, 아픔을 감각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영혼은 반짝일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 뭐든 상관없으니 통증을 느끼는 살아있는 몸이 되자. 불편한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있는 힘껏 통증을 감각하자. 그렇게 반짝이는 한 사람이 되자.

 p.s. 산드라의 마지막 선택이 어땠는지 궁금하다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단돈 1천 원만 주면 1시간 30분짜리 영화를 통째로 볼 수 있는데 말이지… 좋은 영화라 연이 네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여운을 남기며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