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한강물이 얼어 붙은걸 봤어. 진짜 추위는 1월부터 인가봐. 서늘하다 못해 얼어 붙는 듯한 요즘 날씨와 잘 어울리는 겨울 호러 무비가 있어. 바로 <노스페라투>야. 무성영화 <노스페라투>(1922)의 리메이크 영화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대세 배우 릴리 로즈뎁이 주연을 맡았어. '뱀파이어' 혹은 '드라큘라', 1800년대 후반에 등장한 공포의 아이콘은 어째서 2025년 현재도 우리에게 그 영향력을 드러내는걸까? 오늘은 영화 <노스페라투>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드라큘라」는 영국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에 의해 최초로 쓰여졌어. 이전에도 흡혈귀에 대한 소설이나 자료들은 있었지만, 브램 스토커에 의해 집대성되어 뱀파이어의 바이블같은 역할을 했어. 거의 동등한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드라큘라는 사실 소설 속 등장하는 뱀파이어의 이름인거지. 「드라큘라」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드라큘라나 뱀파이어가 미치는 문화적 영향은 말하지 않아도 가늠할 수 있을정도야.

•  F.W. 무르나우, 독일표현주의로 그린 뱀파이어

 최초의 장편 뱀파이어 영화인 <노스페라투>는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감독 F. W. 무르나우의 작품이야.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영화화 한 것이지만, 제작 판권을 따지 못해서 저작권 시비를 피하기 위해 독일식 이름과 배경을 사용해 <노스페라투>로 바꾸어 제작했어. 추후 소송을 통해 대다수의 필름이 소거 되었지만, 사라지지 않고 보관되었던 필름을 통해 오늘날 <노스페라투>를 볼 수 있어. 불명예스러운 사연을 지니긴 했어도, 특유의 독일 표현주의 미학이 돋보여. '고딕 호러'가 어떤 건지 이 영화를 통해 잘 알 수 있을거야. 궁금한 연이들을 위해 유튜브에 공개된 <노스페라투>의 영상 링크를 걸어둘게!

 독일 표현주의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거쳐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의 시대 정서가 반영된 예술 사조야.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의 암울한 구현이 두드러져.  분장을 한 사람들은 광기에 젖어있고, 수평 수직이나 원근법조차 맞지 않는 세트는 보는이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일으키곤 해. 이런 요소들이 <노스페라투>(1922)에도 적용돼서 뱀파이어 올록 백작의 기괴한 성 내부를 탐험하고, 또 그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줘.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 초창기 영화 속 뱀파이어는 냉미남과는 거리가 먼 흉측한 모습이었어. <트와일라잇>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지.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호러물은 셀 수 없이 많기에 그만큼 많은 변주를 거듭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굳어졌어. 그렇다면 완전한 초창기의, 클래식한 뱀파이어가 오늘날 다시 나타난 까닭은 뭘까?

 뱀파이어를 잘 몰라도, 그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퇴치하는지는 다 알거야. '흡혈귀는 사람의 목을 물어 피를 빤다', '햇빛은 흡혈귀의 힘을 제약한다', '흡혈귀의 피를 마시면 흡혈귀가 된다' 등등...

  현대의 전쟁은 물리적 양상이 아니라 문화적 양상을 띤다는 말이 있잖아. 이데올로기, 문화의 전염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노스페라투>는 그래서 원작의 뼈대를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담론과 가치, 상징을 영화 안에 담고 있어. 이분법이 아니라 악을 부르는 선, 선을 부르는 악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거지. 새로운 <노스페라투>에서 릴리 로즈뎁이 연기하는 엘렌은 악이 근접해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내면이 점차 환희로 물드는 것에 괴로워해. "악은 우리 안에 있나요, 아니면 밖으로부터 오는 건가요?" <노스페라투>는 이렇듯, 세상에 두번 나타남으로서 '선악은 언제나 절대적'이라는 구시대의 불문율에 다층적인 질문을 던져. 

 현대인에게 '죽음'이란 뭘까? 생사, 선악의 이분법보다 더 중요한 회색지대가 있다고 믿는 연이가 있다면, 고전과 현대의 <노스페라투>를 비교해 보는 즐거운 영화 경험이 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