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들은 도서관에 자주 가? 나는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거나 이북으로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을 찾지 않았어. 그래도 요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도서관에 가는 일이 많아졌지. 가끔은 바빠서 책을 한 자도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바람에 ‘책 산책 시킨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다시 도서관에 가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고. 행사도 자주 열리고, 주말이면 어린이들도 많고, 공부하는 사람도 (물론) 많고, 책 읽는 사람도 많아. 무엇보다, 돈이 부족할 때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도서관만큼 든든한 곳이 없지. 책을 사고 싶지만 당장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 때, 또는 비싸서 선뜻 사기 어려운 책이 있을 때, 도서관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오늘은 바로 그 도서관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소개하려고 해. 제목부터 강렬해. 《사서 고생》. 제목 그대로 ‘사서’들이 ‘고생’하는 이야기야. 그것도 현실의 도서관이 아니라, 가상세계의 도서관을 배경으로.

이 소설은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게 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미러라클’이 활성화된 세상을 그려. 텅 빈 거리 대신 북적이는 '미러라클' 안에서는 현실처럼 콘서트가 열리고, 강연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 노는 공간이 생겨. 물론 그 안에는 도서관도 있어.

사람들이 붐비는 미러라클의 다른 곳과 다르게, 도서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용자가 줄어들어. 현실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떠들 수도 없고, 춤을 출 수도 없고, 아바타가 펼치는 가상 책만 볼 수 있거든. 그러다 보니 점점 재미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거지.

그런데, 유일하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서관이 있어. 바로 2년차 신입 사서 '영지'와 기간제 야간 사서 '정아'가 일하는 '미러라클 동그라미도서관'이었지.

우리는 ‘사서 고생’이라는 말을 피곤한 일로 여겨. 괜히 애쓰지 말고, 힘 빼지 말고, 적당히 편하게 살라는 뜻으로. 그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야.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굳이' 애를 써. 굳이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일을 하고, 굳이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해 시간을 쏟고, 굳이 알아주는 사람 없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 누군가는 작품을 만들고, 누군가는 기록을 남기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하지. 그 일이 세상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계속해 '사서 고생'을 하고야 마는 거지.

나로 예를 들자면, 레터어리를 하는 일? 레터 하나를 적기 위해 읽은 책 중에서 무언갈 고르고, 글감을 짜내고, 엉성하기 그지없는 글 하나를 적기 위해 그 시간을 들이고. (제일 괴로운 건 졸작인 내 짧은 글을 매번 마주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굳이'의 영역일 수도 있겠다 싶어. 레터어리 말고 책 만들기 모임도 하나 하고 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 오히려 돈을 내어가면서 책을 만드는 거니까 이런 고급 취미가 없다 싶네 (웃음). 

효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 시대에서 ‘사서 고생’은 어리석은 일처럼 보일지도 몰라.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우리가 '사서 고생'을 하면서 만들어졌던 게 아닐까? 사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생이 가치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잖아. 끝내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는 게 태반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러하기에 더욱) 그냥 애쓰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남들 눈엔 쓸데없는 일일지라도, 자신에겐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 '사서 고생'은 그런 사람들이 삶을 온전히 살아내 가는 방식이거든. 그러니까 나는 우리가 조금 더 당당하게 ‘사서 고생’했으면 좋겠어.

작가의 말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어. "그리고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 이후의 모든 결과도 기꺼이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내 대답은, NO야. 결과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그 길을 걸어갈 이유는 충분해. 애쓸 자격이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 결과가 좋지 않다고 비웃는 건 쉬워. 그럼에도 ‘사서 고생’을 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야. 나는 그걸 알아. 그래서 이 글이, ‘사서 고생’하는 모든 연이들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해.

지금, 연이는 어떤 걸 위해 ‘굳이’ 애쓰고 있어?